몇일 전 부터 작업실 옆이 시끄럽다.
노을 공원 조성 때문에 골프장을 철수하느라 수십미터의 철근을 기중기로 철거 하는 위험한 공사 중이라 사람들은 소리는 높고, 기계들의 소음이 저녁까지 퍼진다.
작업실 안은 그나마 방음이 잘 되기 때문에 그리 큰 영향을 미치진 않지만....

철근 분리 공사 때문에 몇일째 작업실 앞쪽은 차를 주차하지 못하고, 될 수 있으면 밖으로 나오지 말라는 경고를 받았다.
철근 분리 시 부속품들이 튀어서 다칠 수 있다고 하니, 말을 잘 들어야지, 옆에 기계 소음을 간간히 들으면 저 철근이 작업실로 쓰러져 버리면 어떤 상황이 연출 될까?를 상상하면서 작업 하니 긴장감이 돈다.
앞으로 저 공간이 어떠한 용도로 변모 될진 모르겠지만, 저 커다란 철근과 그물망이 사라지게 되면 시각적으로 틔여서 더 시원함이 느껴질 꺼 같다.

나는 누워있다.
장소는 집...,




5시 40분 첫차를 타고 작업실로 들어가기 위해 잠을 잘 것인가, 아니면 시간이 지나길 기다릴 것인가를 놓고 잠을 못자고 있다. 이건 잠이 오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잠을 자면 그시간엔 일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오늘, 아니지! , 어제 다녀온 스케이프의 김정욱 선생님 전시는 "좋다" 하는 말로 끝맺긴 아쉬운 현장감과 여운이 있었다.
두시간 전에 찾아가서 오프닝 시작까지 작품을 바라보다가 몰려드는 사람들의 물결이 버겨워, 화보집 두권을 집어 들고 김정욱 선생님께 싸인을 받았다.
그리곤 인사동에서 집까지 걸었다.

걸어 오면서 난, 이런 방향성과 스토리가 진행 되고 있는 순간을 바라 보고, 또 내 기억으로 간직 할 수 있다는 사실에 기뻐했다.



오늘의 느낌을 받았던 기억이 한번 더 있다.
김성룡 선생님을 홍대 앞 공원에서 처음 만나 짧은 식사와 짧은 차 한잔과 짧은 이야기로 대면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순간이 오늘과 같았다.
이런 순간을 살고 있다는 것이 오늘 내가 간직한 행복이다.

스토리에서 느껴지는 좋은 감정들은 방향성에서 깨지는 경우가 많았다. 온갖 전시들이 진행되고 있지만, 누구에게도 "전시좋아요~" 하는 말을 던지지 못했다. 하지만 오늘 김정욱 선생님의 전시는 선생님의 작품이고, 전시였다.

집에 돌아와선 이선경 샘 주소를 뒤졌다. 메일함을 뒤지고, 주소록을 뒤져도 나오질 않아서, 컴퓨터로 저장해 놓은 휴대폰 문자 메세지를 들춰 봤더니, 그곳에 있었다.
전화 번호를 바꾸신 건지,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말을 주변에서 들었기 때문에 혹 이사를 하셨을지도 모르기에 주소를 다시 확인해 봐야 할듯 싶다.


날이 쌀쌀해서 그런지 몇분 사이로 쓸쓸한 기분이 왔다 갔다 한다.
이럴 때 샴비라도 있으면 꼬~~~옥 앉고 털 속에 얼굴을 파 묻으면 좋으련만, 보모 말로는 여기저기 때굴 거리면서
잘 자고 있다던데......
점심 때 라면을 먹고, 친구가 작업실에 와서 저녁을 잠시 나가서 사먹고 왔다.
장을 보면서 물가가 많이 올랐구나를 느끼는데, 외식을 하게 되면, 더 처절하게 느끼게 된다.
(남은 반찬과 찍어먹는 장까지 싸오고 싶은 이~~심리는...@-@)
작업실로 돌아오는 길에 마트에 가서 장을 봤다.
무우(1) : 1,150
팽이버섯(1) : 1,200
양송이 버섯(5) : 1,290
느타리 버섯(?) : 1,380
두부(1) : 1,180
당근(2) : 950
감자(2) : 490
스프(4종세트) : 750*4=3,000
자른 미역(50g) : 1,100
봉투 : 20

합계 : 11,760

11,760원으로 쌀은 있으닌깐 일주일치는 넘게 국과 찌개 반찬을 해 먹을 수 있다.
일반 식당의 음식 값이 평균 6500원으로 치면 오늘 장을 본 것은 정말 훌륭한 가격대비다.
원래 이 시간 때면 심란한 마음을 채찍질하며, 작업을 하겠지만, 정말 사소한 장을 보고 왔다는 사실에, 거기다 사먹는 것과 비교 해서 가격 대비가 우수하다는 이 단순한 이유하나로 힘이 난다는 것은  너무나 단순한 나의 사고 흐름에 스스로 웃게 만든다. ㅎ ㅎ ㅎ~~~
아침에 쌀쌀한 가을에 걸맞는(?) 무우와 멸치로 국물을 낸 된장국을 끓여먹고, 작업에 매진해야 겠다.
이렇게 감정 기복이 심할 땐 어떤 작업이 나올지 스스로도 잘 모르겠다. 작업이 잘 안 풀린다 싶으면 손 가는데로 마음이 원하는데로 작업을 하는게 끊이지 않고 작업을 이어갈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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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부터 갤러리 스케이프에서 열릴 김정욱 선생님의 전시를 기대 하고 있었다.
김정욱 선생님은 2004년 작품을 접하면서젊은 시절의 아품과 텅빈 눈의 공허함에 가슴을 쓸어 내리며 바라 봤던 기억이 있다.
종이 위에 스쳐지는 붓에서의 종이질감 그대로를 담아내는 선들의 텁텁함 속에서, 그때 내가 느꼈던 혼란함의 무거움과 감정의 매말라감을 이입시켰는지도 모르겠다.
2006년도 개인전을 통해 다시 선생님의 작업을 보았고, 2년뒤 다시 신작을 쏟아 내셨다.
아직 직접 선생님 작업을 보진 못했지만, 사람들이 피하고 싶어하는 감정들을 표현하는 작가분들은 지금 그렇게 많지가 않다. 그런 선생님들의 작업은 계속 나의 관심을 끌게 되고, 관심 이상으로 바라보게 된다.


참고 :  2008_1002 ▶ 2008_1102 / 김정욱展 / KIMJUNGWOOK / 金貞旭 / painting @ 갤러리 스케이프


세상을 보여주는 얼굴
김정욱
展 / KIMJUNGWOOK / 金貞旭 / painting

2008_1002 ▶ 2008_1102 / 월요일 휴관

초대일시_2008_1002_목요일_06:00pm
갤러리 스케이프 기획展

관람시간 / 화~금요일_10:00am∼07:00pm / 토~일요일_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갤러리 스케이프_GALLERY skape
서울 종로구 가회동 72-1번지
Tel. +82.2.747.4675
www.skape.co.kr


 

김정욱_한지에 먹,채색_161.5×129.5cm_2008

김정욱_한지에 먹,채색_161.5×129.5cm_2008



김정욱_한지에 먹, 채색_168×116.5cm_2008

김정욱_한지에 먹, 채색_168×116.5cm_2008



김정욱_한지에 먹, 채색_145×75cm_2008

김정욱_한지에 먹, 채색_145×75cm_2008



김정욱 선생님의 작업을 통해서 나 또한 내 자신을 다시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된다. 내 자신과 내 작업에 대해,
그리고 내 생각들에 대해...,
위에 이미지 말고도 한번 보면 잊혀지지 않을 짙은 감정이 담겨진 그림들이 있지만, 사진 따위로 표현되지 못하는 원본의 느낌 때문에 3장의 이미지만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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