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 이야기 블로그를 운영하시는 고경원님 에 포스팅에서 출근 시간의 사람들에 대한 글을 읽었다.
그러면서 생각한건, 그 수많은 사람들이 지하철과 버스로, 겨울 입김을 내뿜으며 이동을 하는 시간 나는 무얼 하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그 시간 이라면, 아침 5시에서 9시 사이라고 하면 일찍 움직이는 사람들까지 해서 대부분이 포함될 것이다.
그리고, 그 시간에 나는 무얼 하고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
나도 사람들과 마찮가지로 깨어 있다? 그리고 사람들의 움직임이 일순간 딱~ 줄어들 9시.
내 움직임은 두시간 전쯤 이미 사라져 있다.
이후엔 꿈속에서 움직이는 거라 매일,매일 장소와 시간이 다르다. 꿈속에선 대한민국이 아닌 곳에 있거나, 내가 한국인이 아닌 경우도 있다.

나는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한 고민을 깊게 하지 않는다. 적어도 지금은 그렇다. 몇 년전에 그 생각에 대해 결론을 내려 보려 했지만, 결론은 나지 않았고, 결과 없는 것에대한 의지만 분명해 졌다.


11시쯤 눈을 뜨고, 학교 선배언니를 만나 저녁을 먹고, 집에서 가까운 고대병원 응급실에 누워 있다는 부산언니 병문안을 갔다가 집에 돌아온게 지금이다.
12시간을 밖에서 있어서 였는지, 방바닦에 눕자마자 졸음이 몰려와 1시간을 자고 일어난게 또 지금이다.
집에 돌아와 한일이 없다는 거다.
아침까지 5시간 정도 남았는데, 그 시간동안 그림에 얼마나 매달려 있을지 모르겠다. 샴비는 지금부터 자기 시작했으니 안아달라는 투정이 없을거고, 난 세수하고, 커피한잔을 마시면 대충 정신이 돌아오겠지!

커피 물을 올렸다. 휴주언니가 선물해준 전기포트를 사용한다.
덕분에 커피 끓이는 시간이 몇분 단축되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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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얼굴, 빨간 , 빨간 손가락, 빨간 , 빨간 꼬리, 녹새 을 입고...

밤이라 그런지 난로를 켜 놓아도 손가락이 시럽다.
붉은 색이 갑자기 많이 나오는 건 기온 탓이 아닐까...하는 의심이
드는 날이다.

음악 없이 조용한 공간에서 작업하는 것도 오랜만이다.
차가 지나가는 소리와 오래된 문에서 나는 삐걱거림, 냉장고 돌아가는 소리
낮에는 들리지 않는 소리가 크게 느껴진다.
이런걸 조용하다고 해야하나~~~
조금 있으면 까마귀가 까악 거리고, 까치 소리며, 참새 소리가 나겠지...
아침이 천천히 왔으면 좋겠다...
아직도 내일이 오는게 반갑게 느껴지지 않는다.
눈을 뜨고 키보드를 두드리는 지금 이 시간도 흘러가고 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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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g-Kyung Lee , December 24th, 1978 ~ March 29th, 2007  (10) 2007.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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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속에 구속된 내면의 작업들을 자유롭게 해 주어야 한다.


이 가루들은 내가 사용하는 콘테 가루 들이다.
사용하는 것과 버려지는 것이 존재한다.
유화나 아크릴 처럼 한통을 하면 한통을 그대로 쓸수 있는게 아니라, 검정색이든 다른 색이든 한박스를 사도 콘테는 갈아서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버려지는 것이 생긴다.
지금은 이 버려질 콘테들도 따로 모아서 새로운 작업 방법을 연구하고 있지만, 작년 까지만 해도, 전체 콘테에 20%는 버려졌을 거다.

콘테를 목탄과 같은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것 같다. 목탄은 검정색 이외에 색을 생각하기 어렵다 보니, 콘테도 검정색 밖에 없을 거라고, ...
하지만, 목탄도 몇가지 색이 있고 콘테는 그보다 훨씬 다양한 색이 존재한다.
방법이 다를 뿐, 색을 사용한다는 부분에선 유화와 다를게 없다.
비용에 있어서도 유화 중에서도 고급모델들과 비슷할 정도다.
오히려 풀컬러 셋트로 장만해 놓자면, 콘테가 훨씬 비싸다.
국내에서 구매할 수 있는 방법은 화방을 통하는 방법밖에 없어서, 색상별 단품을 구매하는게 쉽지 않다는 것도 비용이 많이 들게 되는 이유다.

그리는 스타일이 잡히면, 그리는 시간이 정해진다.
화판의 크기에 따라 스케치를 옮기는 시간, 전체적으로 밑색을 칠하는 시간, 털을 쌓아올리는 시간, 묘사하는 시간, 마무리 시간.
그렇게 되면, 그림 그리는 순간에도 심심하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작업하는게 내 유일한 즐거움인데, 심심하다니~....

처음엔 이런 감정이 혼란스러 웠는데, 작업을 하는 선배 언니와 대화 하면서 알게된건, 작업이 익숙해 지면서 작업에 대한 집중을 넘어서 작업중에도 생각의 여유가 생기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럴 땐 오히려, 새로운 그림이나 새로운 기법으로 머리를 싸메고 끙끙거리다가 작업해 나가면서 하나씩 풀어나가는게 작업이 재미있게 느껴지고 성취감도 들어서 좋다.
그렇다고, 새로운 것을 생각해 내는 것에만 몰두하고 있을 수도 없으니, ...

ps> 나도 야옹이 꼬리가 있었으면 좋겠다.
잠자고 있는 샴비를 돌아 봤는데, 꼬리로 몸을 감싸고 있는 모습에서 나도 꼬리가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했다.



2007년 12월 3일 새벽

가로,세로 260×194cm 작업을 시작하다.

내 안에 다양한 성격의 자아들을 이 전에도 표현해 왔었는데, 대부분이 단편적인 인물 하나를 통해서 내 자아의 감정들을 표현해 왔다.
사이즈로 보면 120호 작업이 되는데, 이 화판에 등장하는 두 소녀는 쌍둥이 같기도 하고, 자매 같기도 하다. 한 인간속에 내재해 있는 자아 일수도 있다. 둘이 함께 등장하는 것이다.
거추장 스러운 머리카락을 손으로 움켜쥔다.
한소녀가 한쪽 손으로 다른 소녀의 손을 잡고 있고, 다른 손으론 꼬리를 잡고 있다.
한 공간에 머물어 있어서 인지 소녀의 머리카락은 길게 늘어져 바닦에 먼지가 내려 굳어지듯이 흔적을 간직하고 있다.

시선없는 눈동자!

벗어날 수 없는 관계,

대립되지만 붙어 있을 수 밖에 없는 관계, 이 작업이 들어가기 전 부터 고민이 많아서 인지, 하루 반은 빈 화판 그대로 두어야 했다.
지금은 12월 5일 새벽, 아직 한점의 콘테 가루도 붙어 있지않다.

이순간이 가장 좋다.
콘테가 들어가기 바로 직전, 불분명한 선들이 콘테가 쌓이길 기대하며 분명해질 단계적 완성체를 상상하게 될 기대감이 남아 있는 순간!

작업이 편안한 순간이고, 이유 없는 고양이의 행동 처럼 어떤 이유도 남아있지 않은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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