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2월 3일 새벽

가로,세로 260×194cm 작업을 시작하다.

내 안에 다양한 성격의 자아들을 이 전에도 표현해 왔었는데, 대부분이 단편적인 인물 하나를 통해서 내 자아의 감정들을 표현해 왔다.
사이즈로 보면 120호 작업이 되는데, 이 화판에 등장하는 두 소녀는 쌍둥이 같기도 하고, 자매 같기도 하다. 한 인간속에 내재해 있는 자아 일수도 있다. 둘이 함께 등장하는 것이다.
거추장 스러운 머리카락을 손으로 움켜쥔다.
한소녀가 한쪽 손으로 다른 소녀의 손을 잡고 있고, 다른 손으론 꼬리를 잡고 있다.
한 공간에 머물어 있어서 인지 소녀의 머리카락은 길게 늘어져 바닦에 먼지가 내려 굳어지듯이 흔적을 간직하고 있다.

시선없는 눈동자!

벗어날 수 없는 관계,

대립되지만 붙어 있을 수 밖에 없는 관계, 이 작업이 들어가기 전 부터 고민이 많아서 인지, 하루 반은 빈 화판 그대로 두어야 했다.
지금은 12월 5일 새벽, 아직 한점의 콘테 가루도 붙어 있지않다.

이순간이 가장 좋다.
콘테가 들어가기 바로 직전, 불분명한 선들이 콘테가 쌓이길 기대하며 분명해질 단계적 완성체를 상상하게 될 기대감이 남아 있는 순간!

작업이 편안한 순간이고, 이유 없는 고양이의 행동 처럼 어떤 이유도 남아있지 않은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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