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공간에 120호 화판을 세워 놓고, 전기 방석에 앉아 뚫어져라 바라 본다.

이제 내 마음속에 있는 선들이 저 화판위에 펼쳐지고, 내 손을 그 선들을 따라 다니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이건 아주 간단하면서도 보이지 않음에 무기력해질 수도 있는 정체된 시간이고, 공간이다.
생각하는게 많아질 수록, 단순해지기 위해 바둥 거리고,
분석적이고, 비판적인 생각과 소리는 무작정 피하게 된다.

바닦에 깔아놓은 캔트지위에 콘테 가루를 뿌리고, 부~욱~... 부~욱~~ 그어 대다가, 시간이 너무 많이 흐른건 아닐까~? 하는 걱정으로 자기 이불 위에서 자고 있는 샴비를 무릎에 눕히고, 유화집을 한권 펼쳤다.
사진속에 이미지들은 작가의 선과 채색, 의도하지 못한 시간의 무게로 갈라진 불규칙적이면서도 아름다운 균열들이 보인다.
진정한 아름다움이란, 창작된 이미지가 아니라 시간이 남겨준 균열들 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불안하기 때문에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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