흩어진 추억을 조립해본다.
대학변원서 조립 막 끝낸 인골이
배냇짓을 했다.
가랑비 속을
전람회에 선보일 테라코타를 태운 리어커를 끌고
권진규가 미아리 집을 떠나 대학병원 앞을 거쳐
전람회장으로 오고 있다.
경복궁 뒤론 선명한 무지개.
리어카 짐들이 무지개 보려고 목을 빼고
두상 하나가 벙긋 솟았다.
눈을 밖으로 곧바로 뜨고 앞을 보며
자신의 속을 들여다보고 있는 얼굴,
인간 속에는 심지가 있는가
상처가 있는가?
두상이 더 오르려 하자 권진규가 얼를 목에 끈을 맸다.
권진규가 테라코타 되었다.
속이 빈 테라코타가
인간의 속에 대해 속의 말을 한다.
인간에게 또 어떤 다른 속이 있었던가?

(황동규, 권진규의 테라코타, 우연에 기댈 때도 있었다, 문학과 지성사, 2003)

 

 

...

권진규 작가의 작업실이 집근처에 남아 있었다.
그의 남은 자취를 찾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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