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작업실을 안암동 고대 옆으로 옮길때, 작업실 골목엔 작은 체구에 고양이 한마리가 살고 있었다.
체구는 작지만, 당돌하게도 사람들틈을 오가며 말을 걸기도 하고, 대문이 열려 있는 집안으로 들어가 거실이며 방안에 까지 제맘데로 들락날락 거리는 녀석으로, 이 동네에선 이미 유명세를 떨치며, 사람들이 주는 밥을 먹거나, 또는 달라고 보채기 까지 하는 고양이 였다.

이녀석이 하도 말이 많고 넉살이 좋아서, 작업실 문이라도 열릴라 치면 후다닥 뛰어들어와 작업실 구경을 하거나 밥을 좀 얻어 먹곤 했는데, 지난 겨울 녀석이 임신을 (녀석이라고 말하긴 했지만 암고양이다.) 해선 당장이라도 새끼가 나올 것만 같은 땡땡한 배를 들고 다니는 모습이 보였다.
그런데 어느날, 수다쟁이가 (내가부르는 이름...,) 작업실 안으로 들어와선 밖으로 좀 따라 오라는 제스쳐를 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거였다. 오라는 건가 싶어 밖으로 나섰더니, 잘 따라 오고 있는지 종종 뒤를 돌아다 보며 행한 곳이, 근처 오래된 3층 건물안 이었다.
건물 2층까지 올라선, 작고 조심스런 울을 소리를 내며 내게 말을 건냈는데, ( 그 건물을 나오고 나서 수다쟁이가 작게 울었던게, 여기서 부턴 조용히 해야되~ 라고 말했던게 아닌가 싶었다. )
건물이 3층 위로 작은 다락형 창고가 있는 곳이었는데, 녀석은 그곳에 쌓여 있는 버려진 옷가지 안에 이미 자리를 만들어 놓고, 그곳이 자기 집인데~ 여기서 새끼를 낳을꺼라는 듯한 말을 하고 있는 듯 보였다.

시간이 지나서, 녀석은 정말로 그곳에 새끼 6마리를 낳았다.
...,
그리고 한달 정도 시간이 지나, 3층에 살고 있는 사람들 눈에 띄어 쫒겨 날 수 밖에 없었는데, 이틀에 걸쳐 새끼들을 바로 앞 오래된 슈퍼앞 박스 더미 안으로 옮겼고, 그와중에 한마리는 사라지고 없었다.
자리를 옮긴 5마리는 슈퍼 아주머니와 근처 주민 사람들이 먹이를 챙겨주고, 이야기도 건내고 하며 잘 키워 지다가, 동네 사람들에게 5마리 모두 분양이 됐다.




수다쟁이 임신 전 사진들 (2011년 2월경)



수다쟁이 출산 후 사진 (6마리 새끼중 이사후의 5마리 새끼들 2011년 5월경)
동네 슈퍼 앞 골목길 에서 수유중인 모습이다.
탁 트인 길에 누워 새끼들을 돌보고 있다 보니, 구경오는 사람들도 많았다.


새끼들을 모두 분양 하고, 이제 다시 자유고양이가 된 수다쟁이는, 또다시 커다란 턱시도 남자친구를 구해서 연애질을 하고 다니는데, 이러다간 올해 안으로 또 새끼를 낳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이녀석을 데려다 수술을 시켜줄까 생각 중인데, 수다쟁이는 동네 사람들의 보살핌을 받으며 살고 있는 고양이라 가장 많이 챙겨주고 있는 수퍼 아주머니의 동의를 받아야 할 듯 싶기도 하고...,

최근 몇일 전부턴 작업실에 들어와 밥을 먹고 잠도 자고, 놀기도 하며 시간을 보내는데,
작업실 안이 편해서 인지, 작업실 퇴근 시간에 내가 나가려 해도 나가기 싫다는 듯 들어 눕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러다 다음 출산땐 작업실 안에 터를 잡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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