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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만드는 것도 배우고 싶은데, 이것 저것 배우고 싶은걸 모두 해보기에는 한가지 그 무엇에 집중 할 수 있는 시간이 없다.
이 포트폴리오는 부탁한 분이 계셔서 만들 수 있게 되었는데, 전시를 위해 지난번 만들었던 포트폴리오 보다는 퀄리티 면에서 많이 차이가 난다.
누군가에게 주기 위해 만들었는데, 만들고 나니 소장하고 싶어 지는건 또 무슨 변덕인지...

어떤 경우엔 포트폴리오를 보는 것이 작품 보다도 좋고, 소장하고푼 마음도 포트폴리오 쪽이 더 큰 경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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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9, 5  보일라 (VoiLa) 48호
성유진 표지 및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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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iLa    그럼 유진님의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려요.
you jin 그 당시엔 그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림을 그리기 위해선 제게 뭔가 궁지로부터 탈출하지 못할 만한 구속이 필요하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구속이 그때부터 또 다른 구속을 만들어 내면서 생활 자체에 대한 회의감과 불안으로 우울증이 심해졌어요. 전 항상 외롭고 우울해요. 문제는 그걸 이상하게, 사람들 앞에선 정 반대로 표현하게 돼서, 아무도 모르죠. 사춘기 시절쯤인가, 제가 조금 우울해 하면 가족들이 이상하게 생각해서 감춰야 했거든요.
VoiLa    무엇을 그리고, 그리고 싶었나요?
you jin  전 그림을 통해서 안정을 찾으려고 했어요. 정신적인 편안함과 자유로움 같은거요.
무엇을 그렸다고 하기는 좀 그렇고, 완성된 그림을 그린 경험은 거의 없어요. 단순 드로잉을 위주로 작업했어요. 그냥 전, 다 낙서라고 표현하구요. 육체와 선에 대한 제 개인적인 느낌을 표현 하려고 했어요. 그러다 주로 나오는 느낌을 ‘보타로스’라고 칭하게 되었는데요. 완성작은 아직 없습니다.
VoiLa    보타로스. 유진님이 지은 말이죠?
you jin  난생 처음, 뭔가 정했어요. Botaros는 Body + Tartaros, body 와 tartaros 의 합성어로, 육체를 표현 및 재배치 하는 작업을 말해요.
VoiLa    네 그래서 그렇군요. 전 이번 작품에서 고양이의 손발이 무척 좋았습니다. 눈보다는 손이나 발이 콱 와서 박혔어요. 움직이고 일하고 고생하고는 손발이 담당하니까요. 작품 속의 고양이가 정말 유진님 본인이구나 했던 것이 손발 때문이지요.
you jin 눈을 좋아 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손과 발을 말씀 하시는 분은 처음이네요. 손이나 발에 대한 느낌이 아마 제 이전 보타로스에 대한 느낌이라고 할 수 있어요. 저도 고양이를 그린 건 처음이거든요. 그런데 이상하게, 이번 전시하면서 고양이를 그린 작가로 인식되는 거 같아요. 이 이미지는, 지난번 전시에서 나온 모티브구요. 지난 작업 같은 경우엔 여러가지를 보여 주고 싶어서, 또 전시를 해본 경험도 없었고, 누구도 어떤 그림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제 마음대로 할 수 있었거든요.  물론 그에 대한 부담감도 컸지만, 그래서 여러 가지가 섞였어요. 그런 중에 마지막 마무리 작업 단계에서 다섯 가지 이야기로 그 이미지들이 자연스럽게 나오게 되었구요. 다섯 작품을 완성 하고 나서,  개인적으로 몇 작품을 더 그리고 싶었어요. 그러던 중에 우연히 HUT 에서 그 이미지를 원해서, 제 생각보다 빠르게, 또 조금 많이 완성을 해 버렸네요.
VoiLa    유진님 블로그를 뒤지다가요, 정말 마음에 드는 그림을 발견했어요. 이 작품도 (4page)도 이맘 때 그린건가요? 이건 왜 전시를 안했나요?
you jin  사연이 있어요. 이건 종이에 그린 거예요. 전지에 재료비가 없어서 펜으로 그렸어요. 콘테를 사용했구요. 이 그림이 이번 전시를 하기 위해서 작업 시작했을 때 처음 나온 그림이지요. 이거 그리고 나서 한 일주일 놀았어요. 전시하지 못한 것은, 갤러리에서 통일성을 원하셔서요. 선정에서 빠졌습니다.
VoiLa    차이가 뭔가요? 이 그림과 전시된 그림의?
you jin  전 인체드로잉 위주에, 낙서를 많이 하면서 제가 느끼는 순간의 감정대로 인체가 분리되고 다시 합쳐지고 엇갈리고 하는 복합적인 초기 작업을 다섯 가지 이야기 시리즈와 어울려지도록 작업을 하려고 했었어요. 이번 전시는 해보고 싶었던 작업을 하지 못한 거지요. 그래서 제 작업을 오해할 수도 있는 전시지요.
VoiLa    이번 전시는 성유진님이란 작가님을 알게 해준 고마운 전시지만! 블로그 보다가 놀랐잖아요. 왜 저걸 안하고!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바로 앞에 전시한 오재미동 작품에 대해서 추향씨가 너무 어둡다 이런 말을 했었어요. 그래서 이번엔 밝게 가려고 그러셨나 이 생각을 하다가, 다른 작업물을 보고서는 생각이 바뀌었어요. 다음 전시를 더 기대하면 되겠다고요.
you jin  제 그림을 이해해 주시는 분을 만났네요. 고맙습니다.
VoiLa    고양이에 대한 한말씀..
you jin  제 습성과 비슷해요. 제가 샴비라는 고양이를 키우면서 샴비에게 맞춰 주지만, 샴비도 제 생활 패턴을 맞춰가네요. 명랑하지만 다른 고양이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점이, 저와 너무 닮은 거 같아요. 혼자 있을 땐 우울하고, 함께 있을 땐 명랑하고... 그게 고양이 본연의 모습일 수도 있는데, 경계하고 예민한 건, 주인들에게 버려지는 경험을 여러 번 하면서 생기는 특성 같아요. 사람을 좋아 하지만, 사람이 자기에게 너무 깊숙이 들어오는 것을 경계하는 건, 고양이의 특성이기도 샴비의 매력이기도 한거지요.
VoiLa    작품 옆에 글 많이 쓰시던데요? 못 알아먹을 일본어 같은 건 뭔가요?
you jin  다 한글이에요. 그림 그릴 때 느낌을 함께 적어 놓은 거구요. 기분에 충실했을 때 쓰여진 글씨들이에요. 보통 화가 나거나 흥분되거나 우울할 때 쓴 거라 그런가 봐요.
VoiLa    그림을 그리면서 어려운 점은요?
you jin  그림을 그리는 건, 사람을 만나는 것만큼 힘들어요. 쉽게는 경제적인 부분이 어렵다고 할 수 있는데요. 사실은 그건 아니에요. 지금 제겐 그림을 그리도록 마음을 다스려 주는 사람이 없어요. 가장 친한 가족들도 제가 직장인이나 공무원이 되길 원하시니까요. 그림을 전공했던 주변 선배나 친구들도 제게 항상 일이야길 하지요. 전시를 해야 했던 이유 중 하나는, 난 그림을 그리겠다는 다짐이자 고백이에요.  학교를 그만 두고 1년 정도는 방과 동네에서 거의 떠나질 않았는데요. 그땐 주변 사람들의 ‘말’ 이 절 힘들게 했어요. 친한 친구들이 무작정 집으로 와서 ‘살아 있나’ 확인하고 돌아가서 소문을 내주곤 했죠. 그땐 방안 벽에 벽화도 그리곤 했는데, 그걸 본 친구가 제가 미쳐 간다고 소문을 냈더라구요. 하하 그때도 그렇고 지금도, 앞을 생각해도 사람이 가장 힘들어요. 아마, 한 2년 정도 그림을 그리지 않고 전시를 하지 않으면 또 똑같아질 거예요.
VoiLa    무슨 일을 해서 먹고 살아요?
you jin  아직은 전 많이 불안정해요. 컴퓨터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어요. 가끔은 집에 손도 벌리고 해요. 올해까지 갚아야 할 빚이 좀 되죠. 전시 하는 게 다 빚이 되었어요.
VoiLa    젊은 작가들이 다 그런 거 같아요. 이번 전시에 지원금은?
you jin  대관을 무료로 했구요. 엽서는 아는 선배가 전시 선물로 해줬습니다.
VoiLa    방명록이 참 이쁘던데, 수첩 같은 거 만들어서. 홍대 놀이터에 팔거나 하진 않아요?
you jin  제 그림은 일반 사람들은 싫어해요. 이쁘지 않으니까요. 첫 전시를 하면서 느낀 점은요. 사람들이 하는 말이 다 들렸어요. “뭘 이런 걸 그려” 하는 분들도 많았어요. 가족들도 그만 그리고 공무원 시험치라는 이야길 하시구요.
VoiLa    네, 사람마다 좋아하는게 다르니까요. 이쁜거 좋아하시는 분도 많으시지만, 속을 확 긁어주는 그림을 좋아하시는 분도 많아요. 말없이 유진님 그림을 품고 가신 분들도 많을 거에요. 그리고 원래 가족들은 안정된 삶을 최고로 치니까요.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살 지 그려봤어요?
you jin  미래를 생각하면 가슴이 탁 막혀서, 한 발짝만 생각하고 있어요. 개인전을 일년에 두 번씩 하자는 거. 내년 6월과 12월 경에 개인전을 한다는 목표로 제 스스로 흐트러질 수 있는걸 경계하는 거죠. 가장 하고 싶은 곳이 브레인팩토리와 사루비아다방이에요. 그 두 곳에서 전시하는 작가들은 참 자유롭게 작품을 표현하는 것 같아서 좋았거든요. 그리고 항상 늙어서도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곤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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