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을 다녀온 뒤론 서울에 찌는 듯한 더위가 사라졌다.
난지 작업실에서도 에어컨을 키지 않게 됐고, 늦은 밤을 지나 새벽녁까지 훈훈함을 간직하던 집도 이젠 서늘한 기운에 이불을 덥고 자야할 정도다.

자정 전엔, 그제 집으로 들어 오면서 전철역 근처 만화방을 겸하는 편의점에서 빌려온 만화책 몇 권을 반납하러 나간 김에, 한블럭 지나 있는 곳에 동물 병원옆 새로생긴 전문 만화방에 갔었다.
바로 옆이 24시간 오픈되 있는 동물 병원인데, 유기묘를 치료하러 가봤던 친구 말로는 친절한 곳이라 한다.
샴비는 진료를 받은 적이 없지만, 혹시라도 차병원에 차샘이 진료를 안하시게 되면 이쪽으로 옮길 생각이다.
여긴 커다란 러시안블루가 한마리 살고 있는데, 나이는 한 4~5살 정도로 보이고,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유쾌한 장난을 잘 한다. 얼마전 친구가 그 러시안 블루를 보고선, 병원으로 들어가 녀석을 입양하고 싶다~ 말했다는데, 병원 원장님이 키우는 거라 거절 당했다 한다.

난지 작업실에도 고양이들이 사는데, 한달 전부터 어린 녀석 한마리가 야외 작업실에서 작업을 하는 나를 관찰 하고 있는 것을 몇 번 밥을 줬더니, 이젠 일정한 시간 마다 밥을 달라 찾아 오고 있다.
놀라운건, 선이 언니가 녀석에게 밥을 준다는 거다.
난지에 고양이 사료가 없다 보니, 몇 일은 참치캔과 스팸을 끓여서 소금끼를 빼고 줬는데, 여기 작업실을 나가기 전까진 줄수 있겠다 싶어서 대형 사료 하나를 구입 했다. 선이 언니에게도 사료를 좀 나눠 주고...,

녀석에 이름을 "캔" 이라고 지었다.
캔이는 처음 봤을때 부터 사람을 피하거나 경계 하지 않았다. 오히려 관찰 한다고 해야 할까~ 처음 목격 했던게, 내 작업실 창문에 올라와 안에 있는 날 관찰 하고 있는 모습 이었으니, 고양이 스런 호기심이 가득한 녀석이다.
그리고, 캔이는 한쪽 귀가 컨팅이 되어 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컨팅된 걸 봐선 TNR 대상이었던 듯 싶은데, 왜 이곳 난지에 방사된건지 모르겠다.
아직 청소년 묘 정도에 나이인데, TNR 처리 되기엔 어려 보이는 나이인데 말이다.
그래서 생각해 본게, TNR 후 입양되었던 녀석이 얼마 있지도 못하고 이곳 난지에 버려진건 아닌지 하는 생각이다.
난지 작업실에서의 남은 시간이 얼마 되지 않는데, 나가기 전까지 캔이와 좀 친해 질 수 있었음, 다음에 들어올 작가분들 중 녀석에 밥을 챙겨줄 수 있는 사람에게 말이라도 해줄 수 있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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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일 전 부터 작업실 옆이 시끄럽다.
노을 공원 조성 때문에 골프장을 철수하느라 수십미터의 철근을 기중기로 철거 하는 위험한 공사 중이라 사람들은 소리는 높고, 기계들의 소음이 저녁까지 퍼진다.
작업실 안은 그나마 방음이 잘 되기 때문에 그리 큰 영향을 미치진 않지만....

철근 분리 공사 때문에 몇일째 작업실 앞쪽은 차를 주차하지 못하고, 될 수 있으면 밖으로 나오지 말라는 경고를 받았다.
철근 분리 시 부속품들이 튀어서 다칠 수 있다고 하니, 말을 잘 들어야지, 옆에 기계 소음을 간간히 들으면 저 철근이 작업실로 쓰러져 버리면 어떤 상황이 연출 될까?를 상상하면서 작업 하니 긴장감이 돈다.
앞으로 저 공간이 어떠한 용도로 변모 될진 모르겠지만, 저 커다란 철근과 그물망이 사라지게 되면 시각적으로 틔여서 더 시원함이 느껴질 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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