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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turbed Angel _ Sung YuJin

[커버스토리] Blog 자기표출의 은하계

A Day.. : 2006. 11. 9. 10:36


[경향신문 2006-11-09 10:36]

‘취향이 당신을 규정한다.’

한 사람이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코드는 많다. 성별, 나이, 재산, 인종, 학력 등으로 우리는 사람의 됨됨이를 판단한다. 이 과정에서 때론 오해와 편견이 끼어들어 예상치 못한 비극을 낳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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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엔 성별도 나이도 재산도 없다. 태국의 가난한 중년 남성이 스웨덴의 소녀 행세를 할 수도 있고, 영국의 중산층 청소년이 사우디아라비아 재벌이 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여기서 당신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건 당신의 취향이다.



◇블로그, 취향의 전시장

‘미니홈피’로 유명한 싸이월드 회원수는 1천9백만명, 네이버 블로그는 7백만개에 달한다. 거미줄처럼 엮인 이 조그만 은하계는 각기 다른 취향의 박물관이다.

‘마이 디비디 리스트(www.mydvdlist.co.kr)’에선 자신이 소장중인 DVD나 CD의 목록을 등록할 수 있다. 회원들은 수천장에 달하는 소장 작품들을 제작사, 장르, 아티스트 등의 범주로 정리한다. 소장품 목록 정리뿐 아니라, 타인의 취향과 소장 작품을 엿보는 것도 큰 즐거움이다. 내 목록을 방문한 사람이 자취를 남기면, 난 그의 목록을 보고 내가 가진 것과 가지지 못한 것을 살핀다. 그리고 그의 취향이 나와 얼마나 비슷한지를 가늠한다.

취향을 통한 정체성 규정은 영화나 음악 커뮤니티, 블로그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이들 커뮤니티를 돌다보면 ‘지름 보고’라고 제목이 붙은 게시물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자신이 산 DVD, CD, 책, 전자 기기 등의 겉모습을 사진 찍어 게시판에 올리는 것이다. 대부분 본격적인 감상을 하기 전 포장을 뜯는 순간부터 차례로 사진을 찍기 때문에, 리뷰는 없는 경우가 많다. 어떤 물건을 샀다는 사실 자체가 그 사람을 보여주는 것이다.

맛집 소개, 명품 위시 리스트도 흔히 볼 수 있는 게시물이다. 누구나 쉽게 들르거나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조금은 독특하고 구하기 힘든 걸 소개한다.

취향의 은하계는 트랙백 기능을 통해 촘촘히 엮여진다. 확장된 형태의 리플기능이라 할 수 있는 트랙백을 통해 한 게시물에 대한 댓글을 다른 게시물에 달 수 있다. 예를 들어 ㄱ블로그에 ‘라디오스타’에 대한 감상문이 올라왔다면, 그에 대한 의견을 나의 블로그에 쓸 수 있는 기능이다.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는 그의 저서 ‘구별짓기-문화와 취향의 사회학’에서 “문화 상품에도 독특한 논리를 가진 경제가 존재한다”고 지적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속옷을 고르는 일, 미술관에 가는 일, 음식을 먹는 일 모두 계급적 구별과 관계있다는 것이다. 인터넷에서 부유하는 네티즌들은 자신이 선택한 상품을 과시함으로써 자신의 신분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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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타인의 취향을 베끼면 고스란히 그 사람이 될 수 있다. 꼼꼼하고 세심한 IT기기 리뷰로 유명한 이일희씨(26)는 자신의 블로그가 통째로 도용당한 적이 있다. 모든 글, 심지어 배경까지 똑같이 도용한 뒤 이씨의 아이디만 지우고 자신의 것처럼 위장한 사람이 나타난 것이다. 이씨는 “그의 블로그를 보는 순간 마치 그 사람이 나의 삶을 살고 있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취향의 공동체는 가능한가

DVD 커뮤니티인 DVD프라임(www.dvdprime.dreamwiz.com)에는 ‘오픈 케이스’라는 게시판이 있다. 이용자들이 최근 구입한 DVD의 케이스 앞·뒷면과 디스크 안쪽의 모습, 속지까지 차례로 사진을 찍어 올려놓는 곳이다. 국내 출시판은 물론, 한국에서 구하기 힘든 해외 특별판까지 종종 볼 수 있다.

표지의 오자 하나에까지 신경을 쓰는 컬렉터들의 특성상 이 갤러리는 DVD 구입 여부를 가늠하는 좋은 지침이 된다. 네티즌들은 리플을 통해 가격이 적당한지, 국내 출시 계획이 있는지, 디자인은 괜찮은지 정보를 교환한다. 이 커뮤니티에서 형성된 네티즌의 여론은 국내 DVD 출시사의 정책에 영향을 미칠 정도다. 최근에는 일본영화 ‘배틀로얄’의 일본 특별판, ‘다빈치 코드’ 코드2 컴플리트 박스 사진이 올라왔다.

DVD2.0 한선희 편집장은 “매장에선 패키지를 뜯어볼 수 없기 때문에 알 수 없던 정보를 오픈 케이스 게시판에서 알 수 있다”며 “타인의 평가를 통해 자신의 구매가 적정했는지 알아보고, 향후 올바른 소비를 계획할 수 있다”고 말했다.

블로그를 통해 낯선 타인과 친밀하게 의사소통을 하는 사람도 있다. 3월 블로그를 개설한 화가 성유진씨(27)는 사람을 직접 대면했을 때는 하지 못했던 말들을 블로그에선 서슴없이 털어놓는다. 그는 내성적인 성격 때문에 어둡고 우울한 감성을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오프라인에서 만난 사람들은 이런 얘기를 듣기 싫어하지만, 온라인에선 오히려 비슷한 정서의 네티즌들이 성씨의 정서에 공감을 표하며 블로그에 올린 작품에 성원을 보내기도 한다. 성씨는 “블로깅을 하면서 사람을 얻고 대화가 가능하게 됐다”면서 “내 작업에 공감을 표하는 사람들이 많아 힘을 얻는다”고 말했다.

〈백승찬기자 myungw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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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성유진[Sung Yu Jin] in Disturbed Angel[Sung Yu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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