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전쯤 어느 추운날 작업실에서 집으로 오는 길에 고양이를 만났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을 쫒아 다니며 뭐라 냥~냥~ 거리며 말을 거는 모습이, 집을 나온 청년 고양이가 갈 길을 몰라 사람들에게 하소연 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때는...,

그 동네에 사는 사람들이 또 나왔냐는 중얼 거리는 말을 건내는 걸 보니, 녀석은 단순한 길고양이가 아닌듯 했다.
앉아서 손을 건내자 손등에 머리를 부비적 거리고, 안아 달라는 듯이 무릎에 올라 타려는 모습이 왠만한 집고양이도 하지 못하는 친 인간적 모습이었다.
그날은 샴비가 작업실에 있다가 함께 집으로 향하던 길이라 내 무릎에는 샴비가 앉아 있었는데, 내다리에 부비적 거리며 쫑알 거리는 모습은, 샴비에게 "너 빨리 내려와~ 거긴 내자리야~ " 하고 말하는 듯 했다.
좀더 구체적으론 그렇게 샴비와 눈빛으로 대치 하다가 샴비한테 오른손 펀치를 한방 얻어 맞았지만, 보통 고양이라면 처음보는 고양이에게 공격을 당했을때 후다닥 도망을 가야 하는데, 녀석은 도망은 커녕 치든 말든 상관 않겠다는 듯이 내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녀석과 첫 만남은 거기 까지 였다.

다음날 근처 골목길을 울면서 걸어다니는 모습이 보였고, 또 몇일 뒤엔 작업실 근처 길에서 울고 다니는 모습, 운다기 보단 쫑알 거리는 건데, 녀석이 그냥 길고양이가 아니구나~ 하는걸 알게된건 지난 달 부산 전시를 앞두고 운송차량이 작업실에 왔을때 알게 됐다.
작업실 앞에는 작은 슈퍼가 하나 있는데, 그날 온 운송사 아저씨와 대화를 하고 있는중 녀석이 슈퍼 옆집에서 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역시나 쫑알쫑알 뭐라 말하면서, 손을 내밀자 부비적 거림을 몇 번 하더니 어디 마실이라도 가는 것처럼 제 갈길로 향했다. 걸어가는 모습을 내려다 보니, 혼자 걸어가면서도 뭐라 말을 하고 있는 모습이, 어느 동네 말많은 아주머니들이 떠올랐다.
그때 슈퍼집 말많은 아주머니가 나오시더니, 고양이를 보며 "어디가냐~" 하고 말을 건내셨다. 다 기억은 못하지만, 슈퍼집 아주머니 말로는 어느집 고양인진 모르겠지만, 옆집에 어느날 부터 찾아오기 시작해 거기 살고 있는데, 동네 마실을 다니며 사람들에게 말을 거는 고양이라 했다. 자기가 밥도 주고 있다며...,

이 사진은 어제 찍은 사진이다. 한달 전에 비해선 덩치도 조금 커지긴 했지만, 아직 어린 모습임에도 당당한 모습. 여기 동네를 자기가 접수 하기라도 했나보다.
그리고, 이녀석은 암컷인데 어제부터는 숫고양이 한마리가 녀석에 뒤를 쫒아 다니고 있었다.


숫고양이는 턱시도 냥이로 덩치도 녀석보다 큰데도 길고양이 특유에 경계심을 보이며 사람들을 피하면서 녀석을 졸졸 따라다니고 있었다.
이 당당한 녀석이 내 뒤를 따라서 작업실까지 따라 들어 왔다. 녀석에 뒤를 따르는 턱시도 까지 함께 작업실 마루에서 10여분 정도를 놀다가, 다른 갈곳이 있는지 턱시도를 이끌고 밖으로 나갔다.

종잡을 수 없는 위풍당당한 녀석의 행동을 보면,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으며 살아간다기 보단 사람들에게 마실와 주며 도움좀 받아 주겠다는게 더 어울리겠다.

 

어제는 좀 따뜻했다. 예년 보단 아니였지만, 급하게 떨어지던 요 몇일에 비하면 반팔이라도 입고 나가고 싶은 기온 이었다.
우체국을 들러 약속했던 인쇄물들을 발송하고, 보문천 근처에 2시간 정도를 앉아 노트에 끄적 거림을 하다가 집으로 돌아왔다.


몇 개월 전부터 보문천 "청계천화 공사" 를 진행 중이라 사진 속 이 구간도 조만간 공사가 들어갈듯 싶다.
내가 서울에 살면서, 사진속 이 구간은 4번이나 뜯고 새로 조경하고를 했는데, 이번은 보문천 전체구간에 공사니까, 이구간은 덤으로 5번째 공사를 하는 샘이다.
여름철에나 반짝하고, 물이 흐르는 보문천에 확장 공사를 해 놓으면 물은 어디서 구해 흘러 내려보내려 하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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