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초 집앞 골목을 지키는 마음씨 고약한 ( 지나가는 고양이들은 무조건 공격하는) 보스냐옹이가 있었다.
이 녀석이 얼마나 고약한가 하면, 담장 안에 갖힌 새끼 고양이 3마리가 있었는데, 새끼 고양이들에겐 어미 고양이가 있었다.
       보스냥이



어미 고양이는 새끼들을 구출하려고 근처를 맴돌았는데, 문제는 이 보스냥이가 그 곳을 지키며 어미 고양이에 접근을 막고 있었다. 어미 고양이는 새끼들이 우는 소리를 들으며 자기도 애절하게 울면서 쓰레기 봉지를 뒤져서 습득한 먹이들을 새끼 고양이들에게 던져 주고, 재빨리 도망을 치고를 몇날 몇일 반복하고 있었다.
가끔 미처 도망을 치지 못하고 보스냥이에게 걸려서 싸우는 소리가 나기도 했지만, 승자는 항상 보스냥이 였다.
보스 냥이에 덩치가 일반 길냥이 치고는 좀 커서 몸집 크기만 보더라도 상대가 될 수 없었다.
보스냥이는 새끼 고양이들이 갖힌 담장안으로 들락 거리며 마치 새끼 냥이들을 가두고 있는것 같은 느낌 이였다.
그렇게 2주정도 시간이 흘러서, 새끼 고양이들은 너무 울어서 허스키한 목소리로 변하고, 난 몇번 담장안에서 나오게 해줄 궁리를 하긴 했지만, 창고와 연결되어 있는 곳이라 사람이 접근하면 창고안으로 깊숙히 숨어 버려서 번번히 실패만 하고 있었다. 3층 창문 바로 아래라서 오징어를 던져 주면 세마리가 주루룩~ 달려 나와서 단숨에 먹어 치우는 모습을 보면서, 어쩌면 새끼 냥이들이 혼자서 담장을 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했는데, 그~2주 정도 지난 후에 첫번째 녀석이 탈출을 하고, 나머지 녀석들도 첫번째 녀석을 따라 담을 넘는데 성공을 했다.

그렇게 허스키 목소리에 새끼 냐옹이들이 탈출을 하고 나서, 보스냥이가 지키고 있는 이 골목에 잠시 평온한 시기가 오는 듯 했는데, 3개월 정도 지난 어느날 못생긴 냥이 한마리가 담에 앉아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보스냥이에 구역이라 보스냥이에게 또 한마리 당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새로온 못생긴 냥이가 보스냥이의 주 거처 지역으로 접근하는 것을 보며 크게 다치진 말길 바랬다.
잠시후 싸우는 소리가 들렸다.
그런데, 싸우는 소리가 평소때 처럼 우당탕 하고 쫒아 가는 소리와 야옹이들에 하~악~ 하는 소리가 들리는게 아니라
창문을 쩌~렁쩌렁 울리는 엄청난 목소리에 악과 독기가 있는 야~옹 소리가 나고 있었다.
창문으로 달려가 밖을 내려다 봤는데 지붕위에 보스냥이와 못생긴 냥이가 서로 대치 하며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엄청난 목소리는 못생긴 냐옹이에게서 나오고 있었다.
그 목소리에 기가 죽은 보스냥이는 발톱 한번 세워보지 못하고, 슬금슬금 뒤로 물러나더니, 못생긴 냥이에게 쫒겨서 도망을 치고 말았다.

새로운 보스냥이가 탄생한 것이다. 못생기고 목소리큰 보스냥이...
새로운 보스냥이는 기존 보스냥이 보다 활동 영역이 훨씬 넓었다.
블럭으로 따지자면, 주 거처인 이블록에 오래전 부터 살고 있던 삼색이 암컷을 부인으로 맞이하고, (이 삼색이는 기존 보스냥이를 피해서 도망만 다녔었는데, 못생긴 보스냥이를 남편으로 받아 들였다.) 우연히 보게 되는 모습만 으로도 9개 블럭에서 12개 블럭 구간 (전철 한 구간 사이에 있는 구간 전체) 을 당당히 걸어 다니면서, 못생긴 왕~보스냥이가 되었는데, 기존 보스냥이와 또 한가지 틀린게 있었다.
냐옹이들과 친하게 지내며 보스에 자리를 노리는 녀석들이 등장할때만 싸우는 듯 했다.
샴비가 도보산책을 하다가 우연히 쓰레기봉지를 뒤지던 녀석과 우연히 마주친 적이 있는데, 호기심에 다가가는 샴비 에게는 털을 세우고 긴장을 했었다. 그런데 도망가진 않았다.

어제 부터 못생긴 보스냥이에 울음 소리가 들리는데, 샴비처럼 발정기 인듯 하다.
그녀석 사진을 찍다가 예전 새끼 냥이들이 떠올랐는데, 등에 얼룩이나 얼굴 얼룩이 예전 새끼 냥이중 한마리와 비슷한 것 같기도 해서 혹시나 그 새끼중 한마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만약 그렇다면 뭔가 복수에 칼날을 갈줄 아는 냐옹이스런 낭만이 있는 녀석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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