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규 작가는 올해 2008년 작업을 했던, untitled(무제) 제목을 정하지 않은 그림을 선택했다.

untitled _ conte on daimaru _ 130.3×97 _ 2008

untitled _ conte on daimaru _ 130.3×97 _ 2008



이 그림은 아직까지도 제목을 정하지 못한 그림이다.
지난 인사아트센터의 단체전에 참여한 뒤로 줄곧 내 작업실 한쪽에 걸어 놓고, 작품에 어울리는 제목을 생각하고 있는 이 작업을 박민규 작가는 "샴" 이라는 느낌으로 받아 들인듯 싶다.
그림의 형태적인 모습은 "샴" 이 맞는 말이기도 하다.
어떤 사람은 이 그림을 사랑하는 이들의 결혼식 장면 같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역시 맞는 말이다.
작업을 시작 하기 전부터 사랑이라는 한 단어만을 생각하고 완성을 했던 작업이기에 아직 적당한 제목을 정하지 못했다.
누군가의 손을 거칠 기회를 여러번 거절하면서, 내 작업실에 걸어만 두고 있는 이 그림은 아직 내 마음 한 쪽에선 불완전성에 대한 고민으로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몇 년동안 이렇게 오랜 시간을 제목을 정하지 못한 그림은 없었다.
"샴" 이란 느낌을 생각해 보지 않은건 아니지만, 그러기에 내가 보인 갈등과 집착은 "샴" 으로 정립시키기에 적당하진 않았다.

아래는 이번 스토리 전에 박민규 작가가 매칭 텍스트로 참여한 "샴" 이라는 글이다.


  언니, 하고 불렀지만 주위는 고요했다. 신발장 맨 윗 칸, 가장 오른 켠에 하이힐을 올려 놓은 후 나는 본격적으로 언니를 찾기 시작했다. 그 칸, 그 자리에 있어야 할 신발이 보이지 않는 것처럼 언니는 보이지 않았다. 대신 창문이 열려 있고, 모래 화장실 속엔 두 덩이의 똥이 아무렇게나 팽개친 주사위처럼 뒹굴고 있었다. 열려진 창밖을 바라보며 나는 중얼거렸다. 어딜 간 거야 대체. 이어진, 키 작은 연립들의 지붕과 지붕, 시멘트 담들을 보고 있자니 주사위 점이라도 치고 싶은 마음이었다. 언니는 좀처럼 집을 나가지 않는 고양이다. 

  우리는 샴 쌍둥이였다. 그렇다. 당신도 언젠가 우리 자매의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있을 것이다. 분리 수술을 해야겠습니다. 젊은 의사의 소견에 따라 언니와 내가 분리된 것은 아홉 살 때의 일이었다. 하나의 육체를 공유하긴 했어도 언니의 머리는 주먹만한 크기에서 더 자라지 않았다. 누구에게 육체를 줄 것인가? <현대과학>은 나의 손을 들어주었다. 언닌 어쩔거야? 머리도 작고... 난 차라리 고양이나 될까 싶어. 그런 언니를 도운 것은 <고대신앙>을 한 손에 쥔 늙은 목사였다. 고양이가 되기 위해선 갈비뼈 하나를 언니에게 줘야 합니다. 그럼요, 나는 즉시 고개를 끄덕였다. <현대과학>과 <고대신앙>은 곧 우리를 온전한 인간과 한 마리의 고양이로 갈라 놓았다. 세상의 어떤 누구도 더 이상의 선택을 할 순 없었을 것이다. 줄곧 공유해온, 곧 가슴이 나오고 초경(初經)이 시작된 그 몸이 나는 무척이나 낯설고 낯설었다. 겨우 적응이 된 것은 열 두살 때부터다. 아아, 혼이 빠져나갈 정도의 첫 자위를 마치고 나서야 나는 비로소 매끈한 작은 버튼이 달린 이 육체가 나만의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좋아? 하고 언니는 물었었다. 이루 말 할 수 없을만큼! 웅크린 한 마리의 샴고양이를 향해 나는 고개를 끄덕였었다. 

  이 원룸으로 이사온 것은 우리가 나란히 스무 살이 되던 해의 여름이었다. 칠년 전의 일이다. 그 사이 나는 학교를 다니고, 졸업과 취직을 했으며, 또 두 명의 남자와 사귀고 헤어졌다. 걔들이랑 동거할 때 힘들지 않았어? 아니, 재밌었어. J는 파리채 놀이도 얼마나 잘 해줬는데... 지난 주말인가 맥주를 마시다 문득 물었을 때 언니는 내가 벗어둔 스타킹 뭉치를 굴리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언닌 외롭지 않아? 가끔 지붕 위를 로버트와 믹, 재키가 돌아다니곤 해. 알고보니 지난 칠년 사이 언니는 이곳에서 일곱 마리의 새끼를 낳아 보내고, 보내고 했던 것이었다. 어쩜, 난 정말 몰랐어. 우린 이제 남남이니까, 마치 삶과 죽음처럼 말이야. 고대와 현대가 공유한 달을 보며 언니는 중얼거렸다. 하지만 함께 살잖아, 원룸에서 말이야. 커피프린스 1호점인가... 를 보며 나는 언니를 쓰다듬었다. 냐야... 하고 언니가 나의 뒷꿈치를 혀로 간지럽혔다. 히익 하고 깔깔거릴만큼 우리의 생활은 평화로웠다. 

  언니... 하고 나는 다시 곳곳을 둘러보았다. 어디로 간 걸까? 문득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혹시나 하고 주변에 전화를 돌렸지만 언니를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좋은 기분도 나쁜 기분도 아니었는데, 오늘은 그러니까 맞선을 봤고... 즉 좋은 하루였다고도 할 수 있는데... 창 밖의 허공을 향해 나는 중얼거렸다. 언니... 괜찮은 남자였단 말이야... 여러 가지로... 무엇보다 안정적이고... 남자도 내가 싫지 않은 느낌이고... 그리고 또... 도중에 화장실에서 화장을 고치고... 나 제법 신경이 쓰였고 잘 해보고 싶었거든... 그리고 또... 속눈썹을 다듬다가 말이야... 두번 째인지 세번 째 칸에서 터진 <뿌직> 하는 큰 소리를 듣고... 그랬어. 평소라면 많은 말들을 지껄였겠지만... 그렇게 소파에 앉은 채 나는 잠이 들었다. 니야. 잠을 깬 것은 열어둔 창으로 들이치는 빗소리와, 바람소리, 그리고 언니의 목소리를 듣고서였다. 어디 갔었어? 와락 하고 나는 언니를 껴안았다. <현대과학>과 <고대신앙>이 우릴 갈라 놓아도 결국 우린 <원룸>에서 살고 있으니까. 난 저기 커텐 아래서 자고 있었어. 거짓말 거기 없었단 말이야, 라고는 해도 확실한 건 아무 것도 없다. 수다를 한참 떨고 나서야 언니가 물었다. 그 여자 젊은 여자였어? 문이 열리기 전에 나왔어, 차마 못보겠더라구... 그런데 언니, 하고 내가 말했다. 뭐랄까, 아까 언니가 안보였을 때 말이야... 내가 살아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어. 몰라... 마음에 드는 남자를 만났는데... 그리고 호텔 화장실인데... 뿌직 소리가 들리고... 결국 한 공간에서 말이야... 그리고 언닌 없었단 말이야. 모든 건 샴이야... 죽었다는 생각이 든 것도 아니잖아, 언니가 말했다. 언니는 보이지 않는 창 밖의, 달이 있을법한 자리를 오오래 쳐다보았다. 오오래 내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고개를 돌린 언니가 또 이렇게 말했다. 얼굴이라도... 보지 그랬니? 결국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798CUP GALLERY _ STORY 展 
2008.09.27~10.15
Beijing. China

STORY

지난 여름, 어제 부턴 쌀쌀한 아침 기온이 저녁까지 이어지고 있으니, 가을로 접어 들었다 할 수 있겠다. , 부산 반디에서 진행되었던 4명의 작가+4명의 텍스트 작가 전시가 중국 으로 건너가서 27일 부터 다시 진행 된다.

위에 작품은 사이즈가 조금 커서 아직 제대로 된 촬영을 못하다 보니, 사진 이미지는 영~ 마음에 차질 않는다.

전시 진행은 생각 보다 말도 많고, 시간도 많이 들고 하면서 무사히 일정데로 열렸지만, 내 시간이 여의치 않아서 오픈 당일까지 직접 가보질 못했다는건 참 마음에 걸린다.
손이 가는 설치 작업을 다른 사람에게 맡겼다는 것도 작품이 어떻게 잘 설치 되었을까~ 하는 걱정이, 간단히 걸수 있는 화판 단위 작업이 아닌 설치가 필요한 전시에 직접 가지 못한건 이번이 처음이라 무사히 치루고 있을지 샴비를 다른 사람손에 맡긴것 마냥 걱정이 앞선다.


아래는 내 그림에 달릴 텍스트 작가 박민규씨의 영문 텍스트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