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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 악수/ 握手/ Handshaking
-악수(握手)에 관한 짧은 생각과 ‘시대정신’


나 는 이 글을 전적으로 조윤환작가에 대한 사적(私的) 호의에서 쓰고 있다. 그는 내가 아는 누구보다도 작업에 대한 열정을 지니고 있으며, 남다른 재능을 가지고 흙과 나무와 철 등 갖가지 재료를 넘나들며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작가의 그런 열정과 재능은 이제 막 작업을 시작한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근대 이후 산업사회와 자본주의체재가 만든 작가상을 뛰어넘어, 어쩌면 우리가 “예술가”라고 일컬을 때 의례적으로 떠올리는 그런  ‘고전적인 예술가상’을 떠올리게 한다. 때로 그러한 작가의 모습이 나를 감동시킨다. 하지만 바로 그 지점에서 나의 불안이 시작되기도 한다. 이를테면 오늘날, 넘쳐나는 정보의 세상에서 한 작품이 작가의 재능과 열정만으로 주위를 두루 감동시키고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일어나는 것이다. 이런 의문은 비단 조윤환작가의 경우에만 국한 되는 것이 아니어서 많은 젊은 작가들을 생각하며 던지게 되는 것이기도 하다. 좋은 작품이란 무조건적인 열정과 재능만으로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여기서 조윤환작가의 작품을 하나씩 살펴보기보다는, 그의 한 선배로서, 조언을 하는 게 어떨까 한다. 즉 다소 상식적이고 추상적이지만, 나는 작가에게 한국전쟁을 전후한 시기부터 2007년 오늘까지의 국내외 미술사를 면밀히 살피는 일과, 당대의 인문학적 연구와 성과를 폭넓게 이해하려는 노력을 권하고 싶다. 그와 같은 미술과 사회 전반에 대한 이해와 개념이 작품의 내용과 형식에서 진부함을 떨치고 생생한 감동을 획득할 수 있으리라 보기 때문이다. 이 작가의 경우, 조소예술을 함에 있어 기본적 조건이라 할 수 있는 ‘물질에 대한 이해와 친숙함’은 이미 한 경지에 있다고 장담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그러한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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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환 _ 힘내! _  브론즈 _ 66x24x14 _ 2007


 미술이 전통적으로 ‘새로운’ 형식과 내용을 취해온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일이다. 그것은 미술이 ‘시대정신’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시대는 언제나 그 시대만의 체험과 감성을 지니게 마련이므로 거기에 ‘정신’이 반영되지 않을 수 없다. 이를테면 ‘악수’에 대한 후기산업사회의 체험과 감수성이 근대가 출발하던 시기의 그것과 같을 수는 없을 것이다. 더욱이 창과 칼의 시대와는 공감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로 그것이 다를 것이다. 그래서 가상현실이 현실을 대체하는, 이미지가 실제를 압도하는, 자연 이전에 인공물을 체험하는 이 시대에 예술은 또 어떠한 모습이어야 하는가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러한 고민을 나는 작가의 <자소상>에서 본다. 눈을 감은 채 두 손을 벌리고 있는 인물은 몸체가 없다. 몸체가 없는 얼굴과 수족의 허망한 몸짓과는 달리, <주름관>의 악수하는 손은 오직 연결로서의 기능으로 일관하고 있다.

“옷에 있는 지퍼의 작은 단위들이 서로 맞잡으려는 손들로 보였다.”는 작가의 말은 진정한 관계를 열망하는 작가의 심리를 표현하고 있다.

  나는 이러한 작가의 섬세한 관찰과 결합된 ‘시대정신’, 그리고 거기에 물질과 공간에 대한 작가의 주도적인 능력이 결합하여 앞으로는 보다 더 자신만의 신선한 창조적 작품이 나타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전시에 나온 작품뿐만 아니라, 이처럼 앞으로 전개될 작가의 작업을 상상하며 나는 조윤환작가의 첫 전시를 즐기고자 한다. _ 이 태 호 (미술비평/경희대 객원교수)

PS : 5월 15일까지 인사아트센터에서 조윤환 작가와 악수를 나눌수 있습니다.

인사아트센터 _ 서울 종로구 관훈동 188
약도보기
관람시간 10:00~ 19:00             (02)736-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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